“성령 충만”, “성령의 역사”, “성령의 도우심.” 교회 안에서 익숙하게 사용하는 표현이지만, 정작 “성령은 누구신가?”라는 질문 앞에서는 쉽게 답하기 어렵다. 성령은 능력인가, 분위기인가, 아니면 삼위일체 하나님이신가. 이러한 근본적인 물음에 정면으로 답하는 신간 <성경적 성령론>이 출간됐다.
이 책은 개혁주의 전통을 충실히 계승하면서도 공교회적 시야를 견지해 온 신학자 로버트 레섬의 대표적 성령론 저작이다. 성경 본문과 교의사 전통을 아우르며, 성령을 삼위일체의 복되신 세 번째 위격으로 온전히 이해하도록 돕는 표준 안내서다.
콘스탄티노플에서 종교개혁까지, 교의사의 흐름 속으로
<성경적 성령론> 은 단순한 성경 주해에 머물지 않는다. 교부 시대 삼위일체 논쟁과 콘스탄티노플 공의회, ‘필리오케’ 논쟁, 중세 신학과 종교개혁, 개혁파 정통과 현대 신학에 이르기까지 성령 교리가 어떻게 형성되고 다듬어졌는지를 치밀하게 추적한다.
저자는 아타나시우스와 아우구스티누스를 비롯한 교부들의 논의를 통해 성령의 발출(procession)과 위격, 신성을 정교하게 설명한다. 특히 ‘필리오케’ 논쟁을 다루며, 아버지의 유일 군주권과 아들과의 동일본질성을 함께 지키려 했던 서방 교회의 시도와 동방의 우려를 균형 있게 제시한다. 성령은 결코 아들에게 종속된 존재가 아니라, 아버지와 아들과 함께 한 본질을 공유하는 하나님이시라는 고백을 분명히 한다.
창조에서 종말까지, 구속사 전체의 성령
이 책은 성령의 사역을 은사나 체험에 국한하지 않는다. 창조 때 수면 위에 운행하신 하나님의 영에서부터, 동정녀 탄생과 그리스도의 사역, 오순절 사건, 교회의 형성과 성화, 그리고 종말의 완성에 이르기까지 구속사 전체를 아우른다.
성령은 단지 세상에서 활동하는 힘이 아니라, 하나님 자신의 현존이다. 구약의 ‘루아흐’가 바람처럼 보이지 않지만 그 효력을 통해 드러나는 것처럼, 성령은 피조 세계와 하나님의 백성 안에서 역사하신다. 또한 칼뱅의 통찰을 따라, 성령은 믿음을 통해 우리를 그리스도와 연합시키시며 삼위일체 하나님과의 교제로 이끄신다.
오순절과 은사 논쟁에 대한 균형 잡힌 접근
현대 교회에서 가장 첨예한 쟁점 가운데 하나는 오순절주의와 은사주의 문제다. 레섬은 오순절 사건이 반복 가능한 개인적 체험인지, 혹은 구속사적 전환점인지에 대해 성경적·교의적 기준으로 신중하게 접근한다. 오순절은 공동체적이고 객관적인 사건이며, 그 자체로 반복될 수 없는 구속사적 전환점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성령의 사역이 그 이후에도 계속된다는 신약의 증언을 놓치지 않는다.
또한 성령의 역사를 분별하는 기준으로 ‘열매’를 제시한다. 인내, 친절, 온유, 절제와 같은 성령의 열매가 나타나는 공동체야말로 성령이 뚜렷하게 역사하는 자리라는 것이다. 감정의 고조나 비이성적 현상과 성령의 역사를 동일시하는 태도에 대해 경계하며, 말씀과 교회의 전통 안에서 균형을 찾도록 촉구한다.
체험을 넘어 교리로, 교리를 넘어 예배로
<성경적 성령론> 은 단지 학문적 논의를 위한 책이 아니다. 저자는 성령 이해의 왜곡이 목회 현장의 혼선을 낳는다고 지적하며, 올바른 교리적 토대 위에서 설교와 예배, 성례와 성화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령은 말씀과 분리되어 역사하지 않으며, 그리스도를 영화롭게 하고 교회를 세우는 분이시다.
이 책은 성령론을 체계적으로 공부하려는 신학생, 교리에 근거해 성령을 가르치고자 하는 목회자, 체험 중심 신앙을 넘어 성경적 분별을 세우고자 하는 성도와 지도자들에게 유익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성령은 분위기가 아니다. 능력이라는 이름의 추상적 힘도 아니다. 성령은 삼위일체 하나님이시며, 창조와 구속과 완성의 전 역사 속에서 일하시는 살아 계신 주님이시다. 《성경적 성령론》은 그 단순하지만 근본적인 고백을, 성경과 교회의 전통 위에서 다시 세워 주는 책이다.



















